모로코여행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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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Ho Jeong Oct 15, 2018

이 기록은 전혀 계획에 없었지만, 여행첫날의 어떤 계기로 인해 문득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충동적으로 작성했다.

준비

회사에 입사하고 6개월만에 처음으로 휴가를 냈다. 그것도 매우길게.
안식휴가등을 제외하면 보름이상의 장기여행은 일반적(우리나라 대다수의)인 회사에 다니는 이상 힘들다. 그런데 운좋게도 이런쪽의 문화가 잘 정착한곳에서 직장생활을 하게되었다. 그래서 사실 이번 여행의 계기는 정말 여행이 가고싶어서라기보단,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을까 라는게 더 컸다.
그렇게 지인들이 추천한 모로코를 출발지로 정하고, 그 외 목표도시만을 대충 정한채로 무작정 20일간의 여행을 출발했다.

출발

9월 23일 00시 45분 비행기.
그런데 체크인을 할때 보니 30분정도 시간이 당겨져있었다. 밤비행기는 처음이어서 자주있는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밤에 출발한다는 이유로 출발시간이 당겨졌다고한다. 늦게 출발하는건 그렇다 쳐도 정해진 시간보다 빨리 출발하는건 그래도 되나 싶다. 어쨌거나 나는 충분히 일찍 도착했기때문에 무사히 보딩을 마쳤다.

인천에서 도하(카타르)까지 9시간 50분, 중간환승 4시간, 도하에서 카사블랑카까지 7시간 50분. 17시간 40분동안 하늘을 날았다.
비행기에서 세끼를 먹었고, 내릴 때 발이 부어서 신발을 신는게 뻑뻑했다.

도착

카사블랑카에 도착해서 처음한 일은 환전이다. 나는 인천공항에서 환전해온 500유로중 200유로를 환전하기 위해 환전소에 갔다. 그런데 어찌된일인지 봉투속에 80유로밖에 없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분명 500유로를 환전했는데 80유로밖에 없었다. 환전한 돈봉투를 가방 두번째 지퍼속에 넣어놨던것이 문제였다. 언제 소매치기를 당했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인데, 입국심사를 위해 줄서는 곳이 아니었나 짐작하고 있다. 자만했던것이다. “저번 여행에서 아무일도 안생겼으니까 이번에도 그렇겠지. 귀찮으니까 적당히 넣자” 고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할때 즈음이 제일 위험한것같다. 이것은 비단 여행에만 적용되는것은 아닐것이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소매치기를 당했다.
그리고 왠지모르게 나는 이번여행을 기록해놔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현금이 없는 나는 어쩔 수 없이 카드로 환전을 해야했다. 그런데 어찌된일인지 긁히질 않는단다. 내가 가지고있던 두번째, 세번째카드까지 모두 알수없는 이유로 긁히질않았다. 이때 머릿속에 스친건 출국당일 점심때 갔던 중국집에서 내 왼쪽 바지주머니에 뜨거운 짬뽕을 쏟은 일이었다. 카드를 꺼내보니 붉은색 자국이 약간 남아있었다. "카드가 이때 고장난거구나"라는 나름의 결론을 내리기까진 오랜시간이 걸리지않았다.

환전소에선 은행에 전화를 해보라고 했다. 아니 유심이 없는데 은행에 전화를 어떻게하나… 심지어 한국시간으로 일요일 아침 9시인데…! 이때 약간 멘붕이 왔지만 빠르게 다음 할일을 생각했다. 그나마 소매치기가 다행히 80유로를 남겨주어서 유심과 데이터를 구매할 수 있었다. 그 후 세운 현실적인 플랜은

  1. 지나가는 한국인(거의없긴하지만)에게 다짜고짜 말을걸어 환전을 부탁한다.
  2. 최후의방법, 모로코 한국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한다.

였다.

그리고 이 플랜을 위해 온갖 포탈에서 여러가지를 찾아보았다. 그러던중 우연히 어떤 블로그의 여행후기에 외국에서 카드의 핀번호를 입력할때 뒤에 00을 붙이라는 글을 보고 혹시? 라는 생각으로 시도해봤다.

그런데 정상적으로 인출이됐다!?

기계가 현금을 인출할 수 없는 이유를 알려주지 않았을뿐만아니라, 이전 다른나라 여행때도 모든 카드의 핀번호는 네자리만 입력하면 정상사용이 가능했기때문에 여섯자리가 기본일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고, 중국집의 사건과 겹쳐서 혼자 틀린결론에 도달해버린것이다.

이 또한 내 경험이 이곳에서도 적용될것이라는 자만이었던것 같다. 이렇게 몇번의 테스트를 거쳐 150유로가량을 모로코디르함으로 환전하고 카사블랑카에서 마라케시로 가는 여정에 오른다.

그렇게 인천에서 도하(카타르)까지 9시간 50분, 중간환승 4시간, 도하에서 카사블랑카까지 7시간 50분, 카사블랑카에서 카사보야져역까지 40분, 대기 1시간, 카사보야져역에서 마라케시까지 3시간 50분. 총 이동시간 26시간 10분으로 여행 첫날을 마무리했다.
여행의 시작을 싱글룸으로 결정한건 이번여행 최고의 선택중 하나가 아니었나싶다.